문자적 창조론?
- 문자적 창조론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도대체 문자적 창조론은 뭘까요? 혹시 지구6천년설을 지지하는 젊은지구론 창조과학일까요?
- 창세기 1장은 당연히 문자적으로 읽어야 합니다. 저자가 전하려고하는 의미를 파악하는 책읽기 과정에서 당연히 문자적인 의미를 따져서 읽어야 합니다.
창세기 1장에 나오는 히브리 단어 욤은 하루를 가리키는 단어로 읽는게 맞습니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첫째날이더라, 이렇게 표현되어 있는데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는 이 하루를 문자적으로 하루가 아니라 긴 지질시대였다고 읽는다면 맞지 않습니다.
- 소위 날-시대 (day-age) 이론이라고 하는 오랜지구론 입장은 욤을 24시간이 아니라 긴 시대라고 해석합니다. 글쎄요. 문맥에 맞지 않습니다. 긴 시대마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는게 아니라 하루 마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됩니다.
- 저는 성경을 문자적으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자가 문자적인 의미를 의도했는데 내맘대로 다르게 읽어서는 곤란합니다. 당연히 문자적으로 읽어야 합니다.
- 하지만 그렇게 문자적으로 읽은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문자적인 의미를 그대로 문자적으로 적용해서 성서의 메세지를 이해할지 혹은 문자적으로 텍스트를 읽더라도 문화비평의 시각에서 읽을 지 고민해야 합니다.
- 무슨 말일까요? 가령 ‘하늘에 계신 하나님’이라는 성서의 표현을 어떻게 읽어야 합니까. 문자적으로 읽어야 합니다. 그 당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성서의 저자도 하늘이라는 곳이 땅 위 저기 어딘가에 신이 존재하는 곳으로 이해하고 그렇게 표현했습니다.
- 그걸 억지로 다르게 해석해서 그 표현의 하늘은 물리적 3차원 공간 내의 어느 장소가 아니라 비물리적인 의미이다 라던가 혹은 지구 대기권 밖 어느 외부은하의 어느 행성을 지칭한다라던가 그렇게 읽으면 곤란합니다. 당연히 문자적으로 읽어야 합니다. 저자가 저 위 어딘가 공간을 의미하는 표현으로 하늘이라고 썼다면 말입니다.
- 하지만 그렇게 문자적으로 읽었다고 해서 신이 하늘 대기권 밖 어느공간에 존재한다고 내가 받아들이는 것은 오류입니다. 그당대의 사람들의 문화, 언어, 신학, 세계관에 따라 저자가 그렇게 이해하고 표현했다고 해도 그리고 그것을 문자적으로 충실히 읽는다고 해도 그 메세지를 어떻게 해석할까는 다른 문제입니다.
- 다시말하면 당연히 문자적으로 읽고 저자의 표현을 왜곡하지 말하야 합니다. 구약학자 존 월튼은 우리의 문화의 강에서 나와서 그당대 그들의 문화의 강으로 건너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주는 메세지는 무엇인가라고 해석할 때는 당연히 문화비평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그당대에 그렇게 믿었다고 해도 그리고 그 내용이 성경에 등장한다고 해서 나도 오늘 그렇게 믿을 거냐, 이 질문을 던저야 합니다.
- 가령, 성서의 저자들이 지구가 우주의 중심인 천동설의 입장에서 우주를 보고 그렇게 표현한 내용이 성경에 등장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첫째, 사실은 말이야, 그 표현은 천동설을 지지하는 표현이 아니란다. 그렇게 마구 왜곡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자가 지동설을 모르니 천동설의 입장에서 자신이 인지하는 대로 표현했기 때문입니다. 왜곡하지 않고 문자적으로 읽어야 합니다.
둘째, 문자적으로 읽은 내용을 신학적 메세지로 문자 그대로 주장해서는 안됩니다. 성경에 천동설이 나오고 지구편평설이 나오고 궁창 위의 물층이 나오더라고 그 내용을 정확히 문자적으로 읽었더라도 그렇게 읽어낸 내용을 성경이 가르치는 진리라고 주장하는 건 곤란합니다. 그건 성경이 가르치고자 하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 성경이 주는 메세지는 그렇게 당대의 저자들이 이해했던 세계관, 과학지식, 신학지식 등에 담겨서 전달됩니다. 그들의 세계관이나 우주관을 왜곡해서 우리 것을 투영해서 읽어내서는 안됩니다. 문자적으로 읽어야 합니다. 반대로 문자적으로 읽은 내용을 무슨 주문처럼 주장해서도 안됩니다. 성경에 지구가 편평한 것처럼 쓰여있으니 지구편평설이 맞다고 주장해도 안됩니다.
그러니 당연히 문자적으로 성경을 읽는게 맞고 읽은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해석하는 게 맞는 방향입니다.
- 그렇다면 문자적 창조론.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성경에 표현된 그대로 문자적으로 읽은 그대로 하나님이 그렇게 그 순서로 그 방법으로 창조하셨다고 해석하는 창조론일까요? 만일 그렇다면 문자적 읽기는 맞지만 그 읽은 내용에 갇히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 바림직한 창조론은 성경을 문자적으로 충실하게 읽되 그 내용을 통해 성경이 전하는 메세지가 무엇인지 그 핵심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핵심 말고, 그 핵심을 담는 역할을 하는 고대의 세계관이나 우주관, 지구편평론이나 천동설을 성경의 메세지로 읽어서는 안됩니다.
- 문자적 창조론이 만일 그런 우를 범한다면 우리를 고대의 우주관에 끌고 들어가 거기에 가두어 두고 창조주 하나님을 그저 고대인들이 이해했던 수준의 빈약한 우주를 만든 신으로 강등시킬 뿐입니다.
우종학 /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